2023. 4. 1. 22:58ㆍ영어논문
논문에서 Introduction의 의미와 역할은 그 단어를 어원에 따라 “in+tro+duc+tion”으로 분리해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안+으로+이끌다+(명사)”라는 각 의미 단위들의 뜻을 헤아려 보면 전체 의미가 금방 이해된다. 논문에서 Introduction은 독자를 논문 안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예쁘고 신기한 것들이 세상 천지에 널려있는데 사람들의 주목을 글 안으로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논문처럼 딱딱한 글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국어 논문에서 사용하는 “도입(導入)”이라는 표현도 결국에는 “이끌어(導)” “들인다(入)”는 뜻으로, 논문에서 Introduction을 쓰는 이유와 비슷한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논문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우선, 그 이름에 걸맞게 끌어당기는 Introduction이 되려면 매력적이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이 사람들이 매력적인 글을 읽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논문도 많은 글쓰기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 흥미로운 주제나 소재에 끌리게 되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른 글쓰기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라든지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시작은 오히려 오랜 연구와 진지한 논의가 주가 되는 논문이라는 글의 특성을 해칠 수 있다.
논문은 소설이나 신문기사처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을 대부분 독자로 한다. 그래서 그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소재나 주제는 대부분 이미 저자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본인의 연구와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라든지,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나, 연구와 관련된 학계의 현재 흐름이나 동향을 소개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나 맛있는 떡도 많이 먹으면 질리듯이 끌어당기는 글은 한 단락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 목적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 StockSnap, 출처 Pixabay
1.
본격적인 연구로 안내하는 튼튼한 도입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자가 논문을 끝까지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Introduction 이후에는 논문의 핵심이 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본 연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논문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미리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논문과는 다르게 인문이나 사회과학 논문은 Introduction 말고도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을 따로 Literature Review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학문의 성격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보다는 그동안 연구해왔던 것들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든지, 아니면 기존 연구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탄탄한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2.
그만큼 Introduction은 독자를 ‘준비’해 주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논문과 밀접하게 관련된 연구들을 미리 살펴보고 현 논문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생각해 보고 정리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되기 쉽고, 본격적으로 시작될 연구에 대한 신빙성은 떨어지게 된다. 현재 논문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다른 논문의 Introduction에 등장하는 선행 연구들 중에서 본인의 논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논문들을 References에서 확인하고 직접 찾아서 읽어보라. 그리고 그 논문들을 검토하면서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다시 확장해 나가다 보면, 대부분 본인의 연구나 논문이 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고 주제나 연구 질문도 좀 더 가다듬을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Introduction의 핵심은 그 자체보다도 본론과 얼마나 매끄럽게 잘 연결되는가에 있다. Introduction의 역할은 논문의 핵심인 실제 연구가 나오면서 끝난다. 그러므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구에 대한 타당성을 갖춘 상태에서 본 연구로 넘어가느냐, 혹은 연구 문제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연구와 현재의 연구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분야에 따라서 연구 문제를 Research Question이라고 해서 독립적인 섹션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Introduction의 마지막 단락에 연구 질문이나 가정을 문장의 형태로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Introduction 이후에 바로 본 연구로 들어가도 무리가 없도록 모든 논의가 한 가지 문제나 주제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다.
4.
그러므로 도입 부분을 알맞게 쓰려면 우선 자기가 속한 분야의 논문들이 어떤 형식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자기가 목표로 하는 저널의 웹사이트에 가서 Authors Guideline을 찾아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지 파악하거나, 이미 그 저널에서 발간된 논문 중에서 자기 논문의 주제와 비슷한 샘플들을 찾아서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Introduction의 마무리가 어떤 형식을 따르든, 여기에서 소개하는 주제가 어떤 논의의 과정을 밟아 본인의 연구로 이어졌는가를 설명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해, 왜 이 연구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rationale 즉, 타당성이 등장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결론적으로
겨우 논문의 Introduction 하나 쓰는데 뭘 그리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으냐는 생각이 든다면 논문을 한 편이라도 써 본 사람에게 Introduction은 언제 써야 하는지 물어보라. “머리말”이라는 간단한 우리말을 놔두고, 내가 왜 굳이 이렇게 영어와 한자어를 섞어가면서 길게 설명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논문을 쓰는 사람들은 대게 나머지 부분을 다 쓰고 맨 마지막에 Abstract와 더불어 Introduction을 쓴다. 그만큼 매력적인, 끌어당기는, 단단한 연결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입이 논문의 맨 앞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또 의미나 역할을 생각해 보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만, 나도 언제나 맨 나중에 Introduction을 다시 한번 살피고 정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영어로 논문 쓰기를 이야기하면서 첫 번째 주제로 Introduction을 택했냐고? 그렇다고 도입에 대한 이야기를 맨 마지막에 한다면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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