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논문 작성법] 1. Abstract _ 얼굴만 보고 사귀는 것은 위험하다

2023. 4. 1. 22:54영어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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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abstract'는 'concrete'의 반대말로 '추상적인' '관념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였다. 적어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영어 논문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이 시험에 자주 나오거나, 암기하기 쉽도록 반의어들을 쌍으로 묶어서 외우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굳이 사전을 찾아봐도 맨 먼저 등장하는 형용사를 지나, 관련 명사를 거쳐 가장 마지막 항목에 나오는 뜻까지 굳이 찾아 외울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summary라는 아주 훌륭하고 간단한 대체어가 있는데도, abstract의 '요약'이라는 뜻을 추가로 암기하기에는 내가 외워야 할 영어 단어들이 이미 너무 많았다. 외워도, 외워도 끝이 없는 영어 단어여!

 

 

© xps, 출처 Unsplash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점점 더 많은 논문을 읽을수록 abstract를 '요약'이라는 한 단어로 이야기하기에는 왠지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런 찜찜함은 박사 과정 첫 학기에 지도교수가 설명해준 Abstract에 대한 간단한 정의로 말끔히 해소되었다. 지도교수는 논문의 구조에 대해 언급하면서 Abstract는 각 문장이 논문의 각 챕터를 대변한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머리말 한 문장, 선행연구 한 문장, 방법론 한 문장, 결과 한 문장, 토론 한 문장, 결론 한 문장으로 각각 대 여섯 챕터로 구성되는 논문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논문에서 제목 바로 다음에 등장하고 Google Scholar에서도 논문을 검색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한 Abstract는, 논문의 각 부분을 똑같은 길이는 아니더라도 전부 포함해야 한다.

 

 

물론,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한 두 문장 더하기도 하고, 문장의 길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기도 한다. 또한, 각 저널마다 다르게 규정하는 단어 수 제한에 따라 약간의 조정과 가감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Abstract는 논문 내용의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Introduction, Literature Review, Research Question, Methods, Results, Discussion, Conclusion라는 각 구성요소에 대한 핵심을 모두 담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Abstract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논문의 요약이 아니라, 논문을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논문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논문 전체를 보지 않아도 Abstract만 읽으면, 어떤 배경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무엇이 문제점이라서 어떻게 연구해서 어떤 결과를 얻었으며 관련 연구에는 어떤 기여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오랜 시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나도 논문을 쓰고 나면 어렵지 않게 Abstract를 적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런 Abstract만으로 컨퍼런스는 물론 장학금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제는 Abstract만 봐도 대충 논문이나 연구의 방향성이나 의미, 기여도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야 내가 검토하는 이 논문들이 과연 내 논문을 작성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먼저 판단하여 준비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더 효율적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무한정 많으면 좋겠지만 논문을 쓸 시간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또 논문은 한 편만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모두 다 똑같이 진지하게 공을 들여가며 만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Abstract는 본문의 내용을 몇 줄로 줄여서 적어놓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논문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논문의 '얼굴'이다. 우리가 얼굴만 보면 혹은 얼굴을 봐야만 그 사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논문도 Abstract를 보면 한 눈에 그 논문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곱게 화장을 해서 자신의 부족을 보충하고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처럼, 거짓 연구로 독자를 속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무리 과정에서 Abstract를 정성스럽게 작성하면서 동료 연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얼굴만 보고 만났다가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처럼, Abstract만 믿고 무턱대고 다운로드 받아서 읽어 보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시간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겠지만, ‘얼굴’만 보고 사귀는 것은 논문 작성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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