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놀이와 미디어, 그리고

2023. 3. 25. 23:49영어교육

728x90
반응형
728x90

 

미디어의 중심이 책에서 스크린으로 변화하고 인터넷으로 사람과 사물이 긴밀히 연결되면서, 공부와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로 하는 놀이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면서 학교 수업이 컴퓨터를 통해 중계되면서 그 경계는 더욱 빠르게 무너지는 중이다. 컴퓨터를 켜놓고 앉아서 공부를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겠다는 엄마들의 불평도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한다고 해서 다 놀이가 아닌 것처럼, 즐거운 놀이가 모두 공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영화와 노래라는 ‘놀이’ 미디어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쓰여온 것처럼, 새롭게 등장한 컴퓨터 게임이나 소셜미디어도 얼마든지 학습 미디어로 활용될 수 있고 현재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놀이는 공부의 반대말이 아니다. 두 단어의 기원이나 의미 관계를 따져보더라도 두 단어의 반대말은 휴식에 가깝다. 공부(工夫)는 사전적으로 학문이나 기술을 배워서 익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놀이와 공부를 무엇을 하는가 보다, 그 일을 좋아서 하는 것인가 싫지만 억지로 하는 것인가를 기준으로 나눈다. 다시 말해, 좋아서 하는 것은 놀이 싫지만 하는 것은 공부다. 그만큼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는 것이 전부인 어린 아이에게 공부라는 이름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아이가 영어에서 일찍 흥미를 잃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엄마가 영어를 포기한 때보다, 더 일찍 아이가 영어를 포기할 수도 있다.

 

 

영어는 공부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자주 쓰고 사용하여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미가 없이 억지로 하면 영어도 공부가 된다. 놀이도 억지로 하는 것은 재미가 없고, 재미가 있으면 공부도 놀이가 된다. 재미없는 놀이가 있듯, 재미있는 공부도 얼마든지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외우라고 시키는 영어 단어는 공부가 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영어 단어는 놀이가 된다. 재미, 놀이, 게임, 영어, 공부는 서로 반의어가 아니다. 언제나 하나에 다른 것을 더할 수 있고, 또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공부와 놀이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조건이 변화하면서 그 노력이 한결 쉬워졌다. 

 

 

 

 

아이와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한 번 해 보라. 게임을 좋아하는 엄마도 있겠지만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라도 아이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공부에 도움을 주겠다고 학습관련 게임을 고르지는 마라. 물론, 처음 몇 번이야 해 보겠지만, 학습 게임을 진짜로 재미있어 하는 아이는 본 적이 없다. 학습 게임과 아이가 즐기는 게임은 그 목적과 종류가 다르다. 아이가 즐겨하는 게임에 엄마가 먼저 관심을 보여주고, 주인공이나 등장하는 캐릭터나 사물들의 이름을 같이 영어로 말해보고, 이야기를 확대해 게임 플레이나 상황 등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해 보라. 물론,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으로,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으로 아이의 수준과 흥미에 맞추어 가라. 물론, 그 시작은 아이이어야 한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공부만 하고 못 노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는 뜻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놀이를 통한 학습이나 공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떻게 놀게 할 것인가 준비하는 것은 엄마의 몫이다. 노는 것은 안 되고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면, 영어는 아이에게서 점점 더 빠르게 멀어질 것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놀이와 공부는 다르지 않다. 그 차이가 크지 않을수록 더 잘 배울 수 있다. 우리가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살아가야 하듯, 영어도 재미있어야 잘 오래 배울 수 있다.

<참고 자료>

Gee J. P. (2003). What video games have to teach us about learning and literac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