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논문 작성법] 0. 꼭 논문을 영어로 써야 한다면

2023. 3. 27. 00:00영어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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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논문 쓰는 것을 싫어한다. 학사, 석사, 아니면 박사 과정을 마쳤으니 논문을 쓰고 (물론, 통과가 되면) 졸업을 하라는 학사행정절차에 따라 논문을 쓰는 것이지, 스스로 원해서 논문을 쓰는 사람은 학문이나 연구를 업으로 삼는 교수나 연구원들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교수나 연구원들도 학교나 연구소에서 논문을 내라고 하니까 혹은 업적이나 승진을 위해 쓰는 것이지, 정말 지적 탐구심이 충만하여 논문을 쓰거나 게재에 힘쓰는 사람은 분명 많지 않다.

 

일견, 일기 쓰기도 수월하지 않은 판에, 무슨 논문이랴.

 

지레짐작으로도 연구 성과를 어려운 용어와 수식과 논리로 써 내려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목표 저널이 원하는 형식에 맞추어 글을 쓰고, 스스로 선택한 연구에 정당성을 부과하며, 선행연구들을 참조하여 인용과 참고문헌 양식에 신경을 쓰다 보면, 과연 내가 논문을 쓰고 있는 것인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인지 모를 만큼 여러 선택지에 갇혀 길을 잃고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 작업을 영어로? OMG!

 

© craftedbygc, 출처 Unsplash

 

 

나에게도 논문 쓰기란 만만치 않은 숙제였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쓰면서 지도 교수님 속을 지독하게도 썩힌 나는 결국, 한 학기를 더 다니며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신 교수님께 이메일로 지도를 받아가며 "영어로" 논문을 썼다. 물론, 대학원까지 가면서 영어를 전공한 마당에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이 뭐가 대수냐는 반론을 내세울 사람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영어로 내 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그렇게 만만치 않은 일이고 그 주장을 세우는 것조차 그리 단단하지 않은 석사생이 100페이지에 육박하는 논문을, 그것도 "영어로" 써 내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가 내가 찾은 열쇠는 바로 "베끼기"였다.

 

물론, 다른 논문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베꼈다가는 표절에 걸려 게재는 커녕,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유사한 주제를 다룬 주요 논문들의 형식이나 구조를 베끼는 것은 타당하고, 나같은 초짜에게는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서 일단은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논문들을 찾아서 읽고 또 읽고 베껴 볼 일이다. 선행연구들은 얼마든지 공통적으로 인용할 수 있고, 실제로 어떤 논문들은 꼭 인용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므로 잘 기억했다가 직접 구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봐야 한다. 

 

© windows, 출처 Unsplash

 

또한, 방법론도 꽤 "베낄만하다." 논문의 방법론이라는 것이 원칙상 다른 연구자가 따라 하더라도 똑같은 연구결과를 얻을 정도로 자세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요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방법론을 참고하다 보면, 본인 연구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방법론도 그대로 베끼면 별로 가치가 없을 테니, 본인의 연구 목적과 질문에 맡도록 변형하고 수정을 가하는 작업은 연구나 논문을 독창적으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연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렇게 틈틈이 베끼다 보면 어느새 논문이 완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분야를 영어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박사과정에 입학하기 전부터 대강 논문의 주제가 정해져 있던 나는 수업마다, 학기마다 틈틈이 논문을 작성해, 실제로 박사과정을 다 마치기 전에 여러 학술대회에서 발표도 하고 두 개의 저널에 논문을 싣기도 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또 연구원과 교수님들의 논문을 리뷰하고 지도하는 일까지 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분이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많은 영어 논문을 읽고 또 읽고 분석하다 보면 어느새 내 논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많이 읽고 베껴 쓰다 보면 더불어 내가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그것도 영어로. 물론, 미국 대학원 시절 초창기에는 나도 영어 논문 한 편을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영어로 논문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이 그렇게 수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러나 오랫동안 내 전공 분야의 논문과 책을 읽고 또 읽고, 베껴 쓰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내 분야의 용어와 술어들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것이 낯설고 힘들어, 아예 처음부터 국제 학술지를 목표로 논문을 쓰게 되었다. 물론, 영어로.

 

 

결론적으로

그러므로 꼭 논문을 영어로 써야한다면, 서둘러 내 논문의 모범이 될 만한 논문을 찾아 목차 별로, 주제 별로 파악하는 것이 제대로 논문을 쓰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말로 모범이 될만한 논문 하나만 찾으면 논문을 거의 다 쓴 것과 진배 없다. 그래서 평소에도 논문을 즐겨 읽으면서 모델 논문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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