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 00:12ㆍ영어학
앞선 두 편의 글을 쓰다 보니, 영어와 우리말에 대해 한 가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영어는 굴절어(inflectional language)이고, 우리말은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굴절어에 속하는 영어는 단어의 어미를 바꾸어 문법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반면에, 교착어의 전형인 우리말은 조사와 어미를 활용해 문법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표현한다.
영어의 굴절어 특징은 일반 동사와 3인칭 단수형 주어의 일치나, 명사의 복수형에 붙이는 어미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그러나 영어는 굴절어의 특징을 거의 다 상실했기 때문에, 독일어처럼 어형의 변화가 그렇게 복잡하거나 규칙적이지 않다. 그래서 단어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문장에서 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같은 명사가 같은 형태로 주어, 목적어, 보어로 모두 쓰일 수 있으므로 순서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말은 문장 내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서, 즉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에 따라서 명사 뒤에 다른 조사를 붙이고, 동사나 형용사는 추가할 문법 사항이나 의미에 따라 다른 어미를 사용한다. 명사 뒤에 붙어 있는 조사의 형태나 용언 뒤에 붙어 있는 어미의 모습에 따라, 문장 안에서의 역할이나 다른 문장 성분과의 관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 어순이 더 자유롭다.
결론적으로, 영어로 말하거나 쓸 때 혹은 듣거나 읽을 때는 무엇보다 순서가 중요하다. 동사를 기준으로 그 앞에 오는 것이 주어가 되고, 그 다음에 오는 것이 보어나 목적어가 된다. 고로, 문장 안에서의 순서가 역할을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말은 위치나 길이에 상관없이 연결되는 조사를 보고 역할을 파악한다. 그러므로 영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는 항상 순서를 조심해야 하고, 읽거나 들을 때는 순서에 따라 문장 성분을 결정하고 이해한다.
'영어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nglish의 복수형은 Englishes가 아니다 (2) | 2023.04.14 |
---|---|
영어의 음운론적 특성이 한국 학생들의 영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 (0) | 2023.04.13 |
주어 없는 영어는 없다 (0) | 2023.04.02 |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주어와 동사를 뒤집어라 (0) | 2023.04.02 |
반복은 없다 (0) | 2023.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