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의 복수형은 Englishes가 아니다

2023. 4. 14. 00:18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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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의 복수형은 Englishes가 아니다

문법책을 뒤져 보더라도 언어는 셀 수 없는 명사라서 English에는 부정관사를 붙이거나 수 표현을 하지 않는다. 즉, 앞에 an을 쓰거나 뒤에 es를 붙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끔 Koreans나 Americans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을 그 나라 사람들을 나타내는 말로 셀 수 있는 형태로 의미가 변화한 것이다. 언어라는 의미로는 어디까지나 단수형을 쓴다. 언어는 당연히 하나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말로도 영어들이나 국어들이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물론, 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우리말의 특성상 복수를 “들”이라는 접미사를 붙여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더 어색하다. 그래서 난 책이 많지, 책들이 많지는 않다.
 
 

 
 
English는 발생 초기에 앵글족이라는 소수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출발하여 여러 정치적 사건을 겪으며, 고대 영어, 중세 영어, 근대 영어를 거쳐 영국 전체에서 사용하는 표준어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영국이 식민지 정책을 통해 북미를 점령하고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면서, 영어는 여러 나라의 공식 언어가 되었다. 이런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이유로 영어가 세계 여러 곳에서 쓰이다 보니 English English 뿐만 아니라 American English, Canadian English, Australian English 등의 다양한 영어가 존재하게 되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English as a Lingua Franca(ELF)라고 하여 비영어권 화자 간의 의사소통 도구로 사용되는 영어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연 한 가지 형태의 English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을까? 이와 같은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English의 복수형인 Englishes다. 즉, 영어가 여러 개라는 뜻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학교에서 영어를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시험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English가 하나여야 한다. 지식을 가르치려면 기준이 필요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이 표준어를 설정하고 따라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언어학적 관점으로 보면 지역적, 문화적, 역사적 편차를 인정하지 않는 표준어 정책은 문제가 있다. 언어 사용은 본래 목적인 의사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형식적인 면에서는 좀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영어 학습자로서 우리는 하나의 영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Accuracy와 Fluency의 문제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정답을 찾아야 하고, 다른 선택지를 고른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줘야 내 성적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지배하는 체재에서는, Accuracy를 포함한 하나의 영어에 대한 강박이 더 심하다. 중고등학교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졸업을 하고 나서도 TOEIC과 같은 공인 인증 영어 시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하나의 영어에 매달린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말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많은 실수를 하고, 또한 상대방의 실수도 너그럽게 혹은 무의식적으로 용서해 준다. 그러나 영어에 대해서 만큼은 항상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댄다. 마치 이 날을 위해서 칼을 갈아온 것처럼.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Fluency를 위해서 Accuracy를 어느 정도 희생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은 외국인들과 활발히 교류하지 않고 작은 영토 안에 갇혀 영어를 배우다 보니 Accuracy라는 하나의 영어에 집착해 왔고 Fluency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반대로 지금은 나라와 나라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우리나라에서나 외국에서나 영어를 ELF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디에서 어떤 외국인을 만나든 그들의 제1언어가 무엇이든 일단 영어로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미 하나의 English에 집착해 온 우리는 상대방이 영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이 하는 실수나 문법에 맞지 않는 것을 잡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고 피부색이 하얗지 않을 때에는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실제로 살아있는 영어에서는 복수인가 단수인가 보다, 관사를 붙일 것인가 말 것인가 보다 내 의도가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미국을 여행하다가 배가 고파서 맥도날드에 들어갔다고 치자. 내 차례가 돼서 햄버거를 주문할 때에는 hamburger에 관사를 붙일 것이냐 안 붙일 것이냐 고민하는 것보다, 그곳에서는 hamburger를 sandwich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주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법보다는 실제 사용이 먼저고,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유용성)이 우선이다. 영어를 잘 알거나 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원하는 햄버거를 주문해 내 입 속에 집어 넣는 것이다. 문법적으로 완벽한 영어와 멋들어진 발음으로 주문을 한다고 해서 뒷사람이 원더풀을 외치며 박수를 칠리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점원이 햄버거를 두 개 줄리도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처럼 특수한 EFL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목적과 관점에 따라서 달라지는 영어의 모습을 잘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좋은 영어 성적을 거두려면 셀 수 없는 명사 water에 s를 붙인 것을 오답으로 골라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미드를 시청할 때에는 단어 뒤에 붙어 나오는 [s] 발음이 완료형인지, 수동형인지, 아니면 소유격인지 고민하다가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도 있다. 말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한계만 넘지 않으면, 즉 그들이 사용하는 표현과 단어만 적절히 골라 사용한다면 복수나 관사 같은 자질구레한 문법은 과감하게 포기해도 된다. 의미가 더 중요하다. 내가 그들의 말을 알아듣고 그들이 내 말을 알아 들으면 그만이다. 언어에 완벽은 없다. Accuracy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햄버거라도 하나 먹을 수 있다.
 
https://englishisahabit.tistory.com/42

 

정확성(Accuracy)이냐, 유창성(Fluency)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어를 좀 배우다 보면 누구나 빠지게 되는 딜레마 중 하나가 바로 '정확성(accuracy)'을 목표로 할 것이냐, '유창성(fluency)'에 집중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두 대립되는 문제가 언제나 그렇듯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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