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 11:01ㆍ영어교육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그 놈의 게임 때문에…..."
PC방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정말 게임이 문제일까?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할까? 아니, 못 할까? 잘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원래 공부를 싫어하고, 안 한다. 부모들이 그랬던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은 언제나 차고 넘쳤고, 아이들은 항상 공부 대신 '딴짓'을 해왔다. 과거에는 '당구'나 '롤라스케이트' 혹은 '록'이나 '고고'가 그 역할을 담당했고,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기술의 발달과 만나 게임으로 등장한 것뿐이다. 엄마는 언제나 자식이 공부 '안' 하는 핑계를 '밖'에서 찾고, 이런 ‘딴짓’은 항상 착한 자식들을 타락시키는 주범으로 욕을 먹었다. 그러나 게임은 공부의 반대말이 아니다.
게임은 그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게임과 성적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둘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공부가 하기 싫으니까 괜히 ‘딴짓’을 찾다가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선택한 것이지, 반드시 게임을 하려고, 게임 때문에 공부를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이 아니더라도, 그 죽기보다 하기 싫은 공부를 대신해 줄 다른 ‘딴짓’은 얼마든지 있다.
뉴스만 있고 연구는 없는 우리나라의 ‘게임 포비아’는 언론과 여가부의 합작품이다.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는 생각해 보지 않고, 늘 그래왔듯 게임에 모든 비난의 굴레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게임이 하고 싶어서(원인) 공부를 안 하게(결과) 된 것인지, 아니면 공부가 하기 싫어서(원인) 더 나쁜 다른 ‘딴짓들’을 놔두고 그나마 친구들과 게임을 하게 된(결과)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엄마들은 게임을 모른다. 그래서 무섭다. 그것이 게임 포비아다. 엄마들이 자랄 때처럼 자연재해나 호환, 마마 보다 무섭다는 불법 비디오, 즉 야동은 더이상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다. 시청각 미디어가 별로 없던 시절에는 불법 비디오, 빨간 테이프가 봐서는 안 되는 신세계였지만, 지금은 유튜브에서도 야동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대가 변했다.
모르는 것은 다 무섭기 마련이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결국 1984년은 오지 않았고 우리는 더 이상 공산주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는 알파고를 위시한 AI가 인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지만, 결국 익숙해지고 나면 우리는 그 신기술을 야동처럼 향유하고 있을지 모른다.
더욱이, 게임은 문화다. 게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구현되는 게임 플레이만 생각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은 게임 이후에 벌어지는, 혹은 게임을 둘러싼 여러 문화적 현상들을 포괄한다. 1980년대 전자 오락실이 등장하면서 100원짜리 동전을 쌓아놓고 하던 ‘갤러그’나 ‘제비우스’는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완전히 다른 세계다. 교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놓고 떠들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이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게임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기도 한다. 또 게임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 새로운 게임요소들까지 직접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그 과정 전반에 걸쳐 영어를 사용하여 토론하고, 공유하고, 배우고, 가르치는 장면들은 정말로 자발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어떤 학자의 지적처럼 학교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깝다.
이제는 학교 교과목으로도 코딩이 도입된다는 발표와 더불어,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성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학교 성적만 좋으면 되니까 시험대비 코딩 공부에만 몰두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혹시, 코딩의 가장 좋은 예가 게임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게임은 법으로 막으면서, 코딩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우리의 웃픈 현실이 안타깝다.
<참고 자료>
Gee J. P. (2003). What video games have to teach us about learning and literac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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