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 11:11ㆍ영어교육
코로나 시대에 맞는 교육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는 이미 지리적 한계의 극복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원거리 학습(Distance learning), 혹은 온라인 교육을 채택해왔다. (엄밀히 말해, 두 가지 교육 방식이 약간 다르지만 둘 다 물리적인 의미의 교실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기서는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1970년대부터 방송통신 대학교나 방송통신 고등학교라는 이름의 원거리 교육 제도를 채택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교육은 선생과 학생이 한 교실에서 마주 보고 교육을 받은 행태가 주된 방식이었다. 처음 서양식 공교육 제도가 도입된 20세기 초반부터, 혹은 그보다 몇 백 년 전에 시작된 전통적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성행 중인 사이버 대학이나 인터넷 강의들도 보완적 의미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주류 교육수단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원래, 우리나라처럼 땅덩어리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굳이 원거리 교육이나 온라인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의무 교육의 범위가 초등을 넘어 중등으로 확대되면서, 공교육을 책임지는 학교가 많아지고 학생들이 많은 곳에는 으레 사교육 시장이 형성된다. 또 사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들에게는 방과후 수업과 같은 또 다른 학습의 기회가 열려있다.
이 시기에 꼭 한 장소에 여럿이 모여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굳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는 전통적인 교육과 학습 방식을 선호한다. 아마도 코로나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없었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는 똑같은 교육 시스템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으로 일순간에 교육시스템이 변해버렸다. 10년이 넘게 걸렸을 상황을 단 몇 주만에 경험하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시작에는 어려움도 많고 혼란도 크게 마련이다. 더욱이, 아무 준비 없이 맞닥드린 이런 상황이 학교나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달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지, 교사가 사용할 노트북을 공급하고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고 끝이 아니다. 정부의 방역지침과 장관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효과와 효율성 측면을 고려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루이스와 왕(2015)의 조언처럼 온라인 교육에 맞는 커리큘럼이 마련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 걸맞은 평가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더욱이, 한국처럼 학교 시험 점수에 목을 매는 나라에서는 새로운 “평가”의 신뢰와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시스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책임은 더 커졌다. 과거처럼 무조건 학교에 가서 교실에 앉아 있으면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더 이상 공간이 중요하지 않고 시간도 덜 중요해지고 있다. 소위, 자기주도학습(Self-regulated learning)이 중요한 시기다.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제대로 적응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그렇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학생의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벌써부터 학생들의 학습 손실을 우려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이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나라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윌리엄 깁슨의 말이 지금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 오랫동안 연구하고 고민했던 미래의 모습들, 특히나 교육에 필요한 변화들이 도둑처럼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다. 언제나 미래가 ‘널리 퍼지지’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결코 커다란 흐름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이 글을 핸드폰으로 읽고 있는 모습을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코로나 시대 혹은 그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온라인 교육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다.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급진주의자의 주장은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when”나 “why” 보다 “how”를 더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온라인교육 #원거리교육 #코로나시대 #사이버 대학교 #온라인 수업 #자기주도학습
<참고자료>
Lewis, E., & Wang, C. (2015). Using an online curriculum design and a cooperative instructional approach to orientate adjunct faculty to the online learning environment. The Journal of Continuing Higher Education, 63(2), 109-118.
'영어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 사전을 영어 공부에 잘 활용하는 방법 (0) | 2023.04.08 |
---|---|
지금 아이에게 영어보다 필요한 것 (0) | 2023.04.02 |
게임을 읽는 아이들 (0) | 2023.04.02 |
게임만 없었다면 우등생이 되었을까 (0) | 2023.04.02 |
놀이와 공부의 충돌 (0) | 2023.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