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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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역할을 결정한다
앞선 두 편의 글을 쓰다 보니, 영어와 우리말에 대해 한 가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영어는 굴절어(inflectional language)이고, 우리말은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굴절어에 속하는 영어는 단어의 어미를 바꾸어 문법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반면에, 교착어의 전형인 우리말은 조사와 어미를 활용해 문법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표현한다. 영어의 굴절어 특징은 일반 동사와 3인칭 단수형 주어의 일치나, 명사의 복수형에 붙이는 어미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그러나 영어는 굴절어의 특징을 거의 다 상실했기 때문에, 독일어처럼 어형의 변화가 그렇게 복잡하거나 규칙적이지 않다. 그래서 단어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문장에서 하는 역할..
2023.04.02 -
반복은 없다
영어는 같은 것을 반복해서 쓰지 않는다. 명사를 다시 쓰고 싶으면 적절한 대명사로 바꾸거나, 최소한 the를 붙여서 앞에 나온 것과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영어는 대명사가 상당히 발달했다. 성과 수와 격에 맞추어 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 대명사처럼 다른 품사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우리말은 듣거나 읽는 사람이 알고 있으면 웬만하면 다 생략한다. 대명사를 쓰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윗사람을 대명사로 지칭하는 것은 실례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대명사로 표현해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생략에 능하고 반복에 관대하다. 우리말은 영어에 비해 대명사가 크게 발달되어 있지 않다. ‘이, 그..
202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