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0. 15:40ㆍ영어학
리터러시의 미래
리터러시를 과거와 같이 읽고 쓰는 능력으로 한정하고, 사회적 기술적 경제적 요인들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두 개의 서로 다르지만 연관되어 있는 요소가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수 세기에 걸쳐 인류의 문화를 지배해 왔던 문자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이미지 지배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또한, 그동안 문자의 주된 매체였던 책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스크린의 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리터러시 자체와 리터러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도구의 활용과 효과 면에서도 커다란 혁명을 일으키는 중이다.
누군가는 말로서의 언어는 의사소통의 중요한 도구로 남아있을 테지만, 문자로서의 언어는 많은 대중들의 의사소통 영역에서 이미지에 의해 점점 더 대체될 것이라고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문자에 대한 이미지와 스크린의 통합된 영향력은 문자의 형태와 기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이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인간과, 세상과의 인지적, 감정적, 문화적, 신체적 연결에도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말해지는” 세상은 “보여지는” 세상과 다른 법이다. 의사소통의 주된 수단이 종이에서 스크린으로 변화하면서 권력 관계에도 광범위한 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영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1. 문자와 이미지의 첫번째 차이점: 배열
문자와 이미지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수단은 각각 다른 로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확연히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 문자는 여전히 말의 로직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시간과 시간이 지배하는 요소들의 로직을 따른다. 반면에 이미지는 공간의 로직이 지배하며, 공간적 배열로 나타나는 시각적 요소들의 동시성 로직을 따른다.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말이나 글에서는 한 가지를 말한 뒤에 다른 한 가지를 말한다. 의미가 첫번째에 주어지고 나서, 두번째에 주어진 다음, 세번째 그리고 네번째로 차례대로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문자에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반면에 이미지는 페이지, 캔버스, 스크린, 벽 위에서처럼 공간의 어느 곳에 있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것을 중앙에 놓으면 다른 것들은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것이 위에 위치하면 다른 것은 아래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공간적으로 어느 곳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중요한지, 아니면 덜 중요한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간의 문제에는 문화적인 요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를 들어 왼쪽과 오른쪽 중에서 어느 쪽이 중요한지는 문화적으로 혹은 시대적으로 달라지기도 한다.
두 모드의 다른 가능성에 대한 예를 한 번 들어보자. 글을 쓸 때는, 실제로 nucleus(핵)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every cell has a nucleus”라고 쓸 수 있다. cell(세포)도 마찬가지다. 세포가 어떤 색깔이며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몰라도 우린 이 문장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말에 아직 의미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말을 듣고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는 채워지게 된다. 우리가 책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영화로 봤을 때 실망하게 되는 것도 다 감독과 관객의 서로 다른 상상력 때문이다.
2. 문자와 이미지의 두번째 차이점: 순서
문자와 이미지의 또다른 차이점은 순서에서 나타난다. 글을 읽을 때는 엄격한 순서를 따라야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의미를 채워갈 수 있다. 다시 말해, 글에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경로가 정해져 있다. 저자가 의도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Bill and Mary married”와 “Mary and Bill married”의 의미는 다른 관점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이미지에는 경로가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그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 의도한 경로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경로는 해석하는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
이것은 문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지의 가능성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이미지에서는 공간과 공간 배열의 로직이 해석의 수단을 제공한다. 한 요소를 중심으로 오게 하고 다른 요소를 주변으로 밀어냄으로써 보는 사람은 중앙에서 주변으로 해석을 움직일 수 있다. 위치 뿐만 아니라 크기, 색깔, 모양과 같은 다른 공간적 요소들도 어떤 의미를 두드러지게 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지에서 경로는 상대적으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해석하는 사람들이 이미지 자체와 그 요소들을 의미로 채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리터러시가 새롭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더 정확하게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들의 로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훨씬 더 가까워진 상황에서, 종이에서 스크린으로 변화된 복합 미디어 뿐만 아니라, 그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의미들도 더욱 다양해졌다. 그런 다양한 의미의 향연을 즐기면서도 비판적으로 혹은 건설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수용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터러시의 로직과 가능성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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