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원래 재미가 없다

2023. 5. 5. 00:28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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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해로울까, 이로울까? 칼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의사의 손에 들어가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요즘 한창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은 어떤가? 게임 역시 많은 사람들의 걱정처럼 인생을 망가뜨리는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병원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발달이 늦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어는 어떨까? 영어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여러 도구와 마찬가지로 영어 자체에도 좋고 나쁨이 없다. 그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불어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를 쓰거나 배우는 사람이 영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영어의 선과 악이 결정된다. 영어는 죄가 없다. 영어를 끝까지 색안경을 끼고 째려보는 당신에게 문제가 있을 뿐.

영어는 여러 가지 자연 언어 중의 하나다. 언어는 주로 사람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쓰인다. 횃불이나 봉화나 모르스 부호나 수화처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특정한 집단 내의 사회적 약속이다. 약속은 지키는 것에 미덕이 있는 것이지, 거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영어에 대한 가치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치가 그대로 반영된다. 그것이 바로 도구의 특성이다. 도구를 즐겁고 재미있는 일에 사용하면 그 도구도 좋은 것이 되고, 도구를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은 일에 사용하면 그 도구만 봐도 속히 뒤틀릴 수 있다. 당신은 영어는 어느 쪽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할 것이다.

이 사실은 국어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국어를 좋아하는지 스스로 한 번 물어 보라. 피식, 웃음이 나야 정상이다. 국어가 재미가 있어서 사용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이 모국어의 특징이다. Tandom이라는 서비스에는 우리말을 배우고 싶어하는사람들이 넘쳐난다. 왜? 우리말이 과학적이라서? 미안하지만, 그건 한글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이 K Pop이나 드라마가 좋아서이고, 문화적 관심이나 취업과 같은 경제적 목적이 그 다음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우리말 자체에 목숨을 거는 경우는 없다. 조사와 어미를 언급하며 우리말 문법에 대해 묻거나 한국어 단어장을 찾지도 않는다. 그들은 대부분 한국어보다 자기들이 관심있는 한국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독일, 브라질, 미국, 일본, 중국, 필리핀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한국어 능력시험 점수나 한국어 마스터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언어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는 한국어에 도전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즐기기 위해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쯤에서 이 글의 제목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영어는 원래 재미가 없다'는 말은 영어가 하나도 재미없다(not fun)는 의미가 아니라, 재미라는 요소의 유무를 따질 수 없다(no fun)는 뜻이다. (솔직히, 모두들 전자의 의미에 수긍하면서 이 글을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는 그 자체로 중립적인 도구이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요소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재미있을 수도 있고, 두 번 다시 꼴도 보기 싫을 수도 있다.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영어는 시험과 등수라는 요소, 그리고 부모님의 잔소리와 결합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고 싫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젊었을 때 혹은 어렸을 때 머라이어 캐리나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따라부르기 위해 어렵게 영어 가사를 찾아 복사해서 외우고, 타이타닉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자막없이 보기 위해 영어 대본을 찾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다. 영어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영어는 얼마든 재미있을 수 있다. 영어는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를 찾으라.

재미를 더하라.

재미를 심어라.

왜? 영어라는 도구에는 원래 재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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